2020년12월27일-송년주일예배 기도문-채경숙 장로

육신이 되어 가장 낮은 자리에 어린 아이로 오신 하나님!

“모든 선한 일에서 열매를 맺으라” 는 표어로 시작했던 2020년의 마지막 주일,

부끄러움과 감사, 새로운 다짐의 마음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올 한해 우리는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나만 힘든 건 아니라 위안하며,

아직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기나긴 터널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게으름과 이기심을 합리화 시키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

부끄럽게도 주님 앞에 내어놓을 열매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맺고 싶었던 열매는 합격과 승진, 늘어난 재산이나 건강이었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신 열매는 분명 다른 모습이겠지요.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신앙은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못하고,

내일을 준비하는데 전전긍긍하며 움켜쥐려고 합니다.

힘든 것도 싫고, 꽃길만 걷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험한 흙길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에서 중언부언 기도하며 자족했던 위선자의 신앙에서 벗어나,

숨어 계시는 하나님 앞에 온전히 우리를 세워 신앙의 본질에 다가서는 훈련에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우리 주님이 오실 수 있도록 우리 마음 한 자리를 비워 두겠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계시는 자리,

그러나 모두가 나서지 않는 그 자리에 우리가 가겠습니다.

이제 핑계대지 않겠습니다.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감으로 주님이 원하시는 선한 열매를 맺는 우리가 되게 하옵소서.

생명사랑 공동체를 사랑하시는 주님,

많은 것이 부족하고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헌신한 교우들과,

우리를 응원해준 외부의 많은 후원의 손길들을 통해 우리는 참 많은 주님의 일을 감당했습니다.

8년 전 그 첫 시작을 함께 했던 강영선 목사님과 이곳에서 예배드리니, 그 감동과 감사가 배가 됩니다.

이제 이 곳에서 더 많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응원과 후원의 손길이 자랑스럽도록

생명사랑교회 이름에 걸맞는 ‘생명을 살리고 사랑이 넘치는’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하나님,

모이지 못하고, 서로 대면할 수 없는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함께 떡을 떼며 누렸던 밥상 공동체의 행복이 그립습니다.

친구들과 이웃과 얼굴 맞대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식구가 되어 서로의 일상을 나누던 그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만나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부담 없이 얼싸안던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없다면,

표정을 알 수 없는 온라인의 문자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영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잘 전할 수 있을까요?

이미 너무나 익숙해진 비대면의 일상으로, <나>에 더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안녕을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했던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가 무너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웃들의 일상을 궁금해 하지도 않고,

부대끼며 서로 인내해야하는 공동체의 삶이 이제는 불편하다고 느낄까 두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선구자로,

군부 독재의 시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서 생명과 정의, 평화의 희망이 되었던 그리스도교가

이제 다시, 지금 이 팬데믹 시대에 세상을 향해 희망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그 한 자락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으로 나아가게 하시고,

우리 모든 성도가 그 한 걸음에 동참하게 하옵소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리아를 축복하고 격려했던 엘리사벳처럼,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던 험난한 바울의 전도 여행에 동행했던 디모데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동역자가 되고, 목회자가 되어 진정한 평신도 사역을 이루어 가게 하옵소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어떤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기대하며,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겠습니다.

이 시간

우리가 드리는 찬양과 기도로 주님 영광 받으시고,

우리는 말씀을 통해 주시는 주님의 뜻을 삶으로 받아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하늘에 계시지 아니하고,

내 안에 계시고,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