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 글: 한문덕 목사

– 목소리: 조민정 교우

– 반주: 박지형 집사

18. 거인(巨人)

사람들이 땅 위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그들에게서 딸들이 태어났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저마다 자기들의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생명을 주는 나의 영이 사람 속에 영원히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살과 피를 지닌 육체요,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다.”그 무렵에, 그 후에도 얼마 동안, 땅 위에는 네피림이라고 하는 거인족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었다. 그들은 옛날에 있던 용사들로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주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창세 6:1-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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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고대 신화에서는 신들과 인간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그 결과 신적 능력을 가진 영웅이나 거인들이 태어나 신에게 도전하는 모습들을 묘사하곤 합니다. 하늘 존재인 환웅이 땅에 내려와 곰에서 변신한 여인 웅녀와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우리의 건국신화 또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이야기를 매우 부정적 관점에서 끌어다가 쓰고 있습니다. 구약학자 베스터만에 의하면 이 본문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신적 존재가 아니라, 권력을 지니고 지배하는 특권층의 인간들을 가리킵니다. 즉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마음대로 민간 여성을 취하여 아내로 삼는 모습을 보입니다. 네피림이라 불린 거인족은 시각적으로부터도 확연하게 남들과는 다른 힘을 지니고 마치 신처럼 행세하는 인간을 가리킵니다. 유대교 전승에서 네피림들은 제 힘만 믿고 하나님께 대항했다가 홍수에 휩쓸려 멸망하는 어리석은 자들로 묘사됩니다.(지혜서 14:6, 집회서 16:7 등) 오늘 본문은 신처럼 군림하는 자들에게 “너희는 120살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면서 동시에 이런 자들 때문에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게 되었다는 복선을 제공합니다.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자꾸 거인이 되려고 합니다. SF 영화에도 언제나 거대한 생물체나 거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인간의 욕망의 반영일 것입니다. 거인이 되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어 하고, 자기의 이름을 날리고 싶어 합니다. 동등한 높이에서 함께 눈을 맞추는 상대자가 아니라, 자기 아래에 사람을 두고 마치 물건처럼 사용하고 싶어 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하려는 욕망 때문에 세상은 죄악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하나님이 되고 싶었던 아담과 하와가 이제 집단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하나님은 이들을 보고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거대 권력은 언제나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기도 : 하나님, 지배하려는 욕망을 없애 주소서. 함께 발 맞추고 눈 맞추고 어깨 겯고 걸어가는 연습을 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