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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썩어 있는 땅과 노아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께 은혜를 입었다. 노아의 역사는 이러하다. 노아는 그 당대에 의롭고 흠이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 이렇게 세 아들을 두었다. 하나님이 보시니, 세상이 썩었고,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하나님이 땅을 보시니, 썩어 있었다. 살과 피를 지니고 땅 위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속속들이 썩어 있었다.(창세 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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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 하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이 자신에게서 돌아서서 세상을 망치고 있는 것 때문에 괴로워 하십니다. 여기서 하나님은 모든 것을 미리 아시는 전지(全知)하신 분으로 묘사되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형상을 한 인간들에게 자유를 주시고, 그것 때문에 당할 위험도 무릅쓰시는 분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고 죄악으로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은 갈수록 커져갔고(아담과 하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형제 살인에 이르렀으며(가인), 어느 순간 복수와 보복이 자랑이 되어 버렸습니다(라멕의 자랑, 창세 6:23-24). 살과 피를 지니고 땅 위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속속들이 썩어 있다는 증언은 노파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흠이 없는 이가 존재합니다. 노아입니다. 하나님은 이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일구십니다. 세상이 아무리 썩었다하더라도 그냥 좌절하여 쓰러져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악이 아무리 강해 보여도 언제나 빈틈은 있기 마련이고, 끊임없이 불어대는 강한 바람에도 촛불 한 자루 켜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수없이 꺼지겠지만 그 때마다 다시 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6년 겨울부터 계속된 촛불 시민들의 바람을 받은 정부가 지난 세월 노력했지만 아직도 고쳐가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노동자들의 고통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힘겨운 삶은 여전히 그대로 인 것처럼 보입니다. 개혁은 느리고 더딥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19에 잔뜩 구름 낀 날씨처럼 마음마저 축 늘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 우리 모두가 노아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 위에서 배를 만들고 그 꼭대기에 띄우려는 사람! 남들이 미친 짓이라고, 왜 그렇게 어리석으냐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할지 모르지만 지킬 것은 지키고, 할 것은 하는 사람이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기도 : 하나님, 노아처럼 우리도 주님께 은혜를 입고 싶습니다. 전부 썩어져 가는데 나 몰라라 자신만 홀로 청정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 진흙탕에 구르면서도 여전히 깨끗함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말씀 귀 기울여 방주를 만들고, 새 세상을 꿈꾸는 매일의 삶이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