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조민정 성도

반주: 박지형 집사

30. 갑과 을의 갈등

아브람이 하갈과 동침하니, 하갈이 임신하였다. 하갈은 자기가 임신한 것을 알고서, 자기의 여주인을 깔보았다. 사래가 아브람에게 말하였다. “내가 받는 이 고통은, 당신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나의 종을 당신 품에 안겨 주었더니, 그 종이 자기가 임신한 것을 알고서, 나를 멸시합니다. 주님께서 당신과 나 사이를 판단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브람이 사래에게 말하였다. “여보, 당신의 종이니,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소? 당신이 좋을 대로 그에게 하기 바라오.”사래가 하갈을 학대하니, 하갈이 사래 앞에서 도망하였다.(창세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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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회에서 아이가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그 후손을 통해 계속 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족보를 만들어 조상을 기억하는 것도 바로 영생에 대한 욕망의 산물이지요. 이런 관습 속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은 가족 안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멸시를 당하기 쉬웠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라는 자신의 몸 종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소실로 주어 자식을 기대합니다. 임신 여부가 하나님께 달린 것으로 믿던 시절, 하갈을 통해서라도 자식을 얻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함무라비 법전(146항)에 의하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본부인은 종을 통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은 여종은 유모의 위치로 승격될 수 있었고, 종종 본부인과 동일한 지위를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이 갈등은 결론이 예견되어 있습니다. 보통 부인이 혼인할 때 친정에서 몸종을 데려오기에 처분권은 부인에게 있었고, 따라서 사라와 하갈 사이의 갈등에서 승자는 사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당시 관습에 따라 사라가 자기의 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위임하고, 멸시를 당했다고 느낀 사라는 합법적으로 하갈을 학대합니다. 견디다 못한 하갈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광야로 도망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욕구가 상충하는 곳에 갈등은 있기 마련입니다. 복잡하고 모호한 관계로 형성된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합니다. 어떤 면에서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따라서 갈등은 그 자체로 불편하긴 해도 부정적인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맺기도 합니다. 갑․을 사이의 갈등은 대체로 힘없는 자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이런 갈등은 단순히 갈등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고 갈등이 유발되게 하는 사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평등한 사회를 애써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의 눈을 열어 주셔서, 전체를 바라보게 하여 주소서. 드러난 일의 뒷면을 살피고, 표면 때문에 감춰진 깊은 바닥을 들여다보게 하소서. 현상을 고치기 위해 토대를 바꾸는 일에 애쓰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