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장모세 집사

반주: 박지형 집사

34. 심각한 오해

그들은 롯에게 소리쳤다. “오늘 밤에 당신의 집으로 온 그 남자들이 어디에 있소? 그들을 우리에게로 데리고 나오시오. 우리가 그 남자들과 상관 좀 해야겠소.” 롯은 ~ 중략 ~ 그들을 타일렀다. “여보게들, 제발 이러지 말게. 이건 악한 짓일세. 이것 보게, 나에게 남자를 알지 못하는 두 딸이 있네. 그 아이들을 자네들에게 줄 터이니, 그 아이들을 자네들 좋을 대로 하게. 그러나 이 남자들은 나의 집에 보호받으러 온 손님들이니까,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게.”그러자 소돔의 남자들이 롯에게 비켜서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 “이 사람이, 자기도 나그네살이를 하는 주제에, 우리에게 재판관 행세를 하려고 하는구나. 어디, 그들보다 당신이 먼저 혼 좀 나 보시오.”하면서,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대문을 부수려고 하였다.(창세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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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고 자신들의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종 인용하는 성경구절입니다. 이 본문을 전체적으로 읽으면 이 구절은 고대 민족들이, 특히 나그네와 약자들의 환대를 중시 여기던 유목 전통의 사람들이 손님의 권리를 무시하는 소돔 사람들의 집단적 폭력을 성토한 것입니다. 표준새번역이나 개역개정판 성경에 “상관 좀 해야겠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야다’(yadha)로 이것을 직역하면, “우리가 그 남자들을 알아봐야겠다.”라는 뜻입니다. 소돔 사람들 전체가 몰려와서 자기 지역에 들어온 낯선 사람들을 좀 알아봐야겠다는 것이고, 소돔 땅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였던 롯이 자기네 집에 들인 또 다른 낯선 사람의 정체성을 알려고 하는 요구가 심한 폭력행위로 변질되었던 것이 본문의 실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다”라는 말이 히브리어 성경에는 943회 나오는데, 그 중 10회만 “남자가 여자를 알다.”“여자가 남자를 알다”라는 성행위의 뜻으로 쓰이고 그 외에는 압도적으로 평범하게 “알다” “만나다”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롯이 폭력적인 소돔 사람들에게 자신의 딸들까지 내어주며 막으려고 하는 점에서 그 폭력의 상황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는데,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이것을 근거로 이 이야기가 “동성애”에 근거한 성행위를 요구한 것이라고 잘못 해석합니다. 소돔성의 모든 남자들이 동성애자이고, 롯을 찾은 손님에게 성적 요구를 하였다면 롯이 이성(異性)인 딸을 내어 준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다만 롯이 “남자를 모르는” 딸들을 교환조건으로 내놓은 것에 성적인 뉘앙스가 있다면,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가 패배한 병사를 대상으로 항문섹스를 통해 강간하고, 정복의 상징으로 사용하던 관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즉 소돔 사람들은 힘없는 남성에게 성적 모독을 주고, 약한 여성이라고 낙인찍음으로써 자기들이 정복자임을 승인하며 상대가 평생을 모욕 속에서 살아가도록 한 것입니다.

기도 : 사랑과 생명의 하나님, 우리가 당신의 말씀을 옳게 알아, 증오와 혐오를 정당화하는 일에 사용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