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한문덕 목사

목소리: 육성한 전도사

반주: 박지형 집사

68. 생존과 권리를 향한 투쟁

석 달쯤 지난 다음에, 유다는 자기의 며느리 다말이 창녀짓을 하여 임신까지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유다가 명하였다. “그를 끌어내서 화형에 처하여라!” 그는 끌려 나오면서, 시아버지에게 전갈을 보냈다. “저는 이 물건 임자의 아이를 배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다말은 또 말을 계속하였다. “잘 살펴 보십시오. 이 도장과 이 허리끈과 이 지팡이가 누구의 것입니까!” (창세 38: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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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세계는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남성지배적이었습니다. 모계사회는 존재하였으나, 지배자는 언제나 폭력적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성이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남성지배적 세계는 오늘날도 여전합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여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법관들의 숫자를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사기꾼들이거나 희생자들로 그려집니다. 리브가는 남편을 속이고, 라헬은 아버지를 속이고, 다말은 시아버지를 속입니다. 하갈은 내쫓기고, 디나는 성폭력의 피해자가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속임수는 세상을 바꾸려는 변혁의 지표이며, 인간문명, 이스라엘의 진보를 위해서 매우 강력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냅니다. 하와가 없다면, 인간 세계는 존재할 수 없고, 리브가가 없다면 이스라엘도 없습니다. 그러나 약자인 여성들은 위협과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안정하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자신들의 모든 환경을 극복해 내는 창세기 여성들의 이야기는 율법의 조문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근친 상간은 레위기 18장 15절의 법조문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남편을 잃어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없었고, 결혼했기 때문에 친아버지의 딸도 될 수 없었고, 친정에 돌아가 있으라고 했기에 유다 가문의 며느리로도 자리매김 할 수 없이, 부유(浮游)하는 존재가 된 다말은 가부장적 사회의 빈틈을 노려 자신의 생존과 권리를 찾아냅니다. 그것도 가부장적 세계의 질서를 깨면서 말이지요.

“끌어내서 화형에 처하여라!” 이 한 마디는 가부장적 사회의 힘 가진 남성의 끔찍한 언어입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다말의 차분한 설명은 그 모든 폭력을 잠재우고, 다윗 가문으로 이어지는 족보 선상에 공헌을 하게 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미투(Me Too) 운동들은 가부장적 세계에 균열을 내야하고, 계속 이어지던 폭력을 끊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도: 모든 존재를 품으시는 하나님, 우리가 주님께 배우게 하소서. 어떤 경험도 상실하지 않으려는 주님의 배려, 모든 경험을 모아 선을 만드시는 주님의 능력, 선 것은 무너뜨리고, 넘어진 것은 일으켜 세우는 주님의 솜씨를 우리 또한 지니게 하소서. 폭력에 맞서 저항의 언어를 개발하고, 틈새를 노려 불평등을 깨뜨리는 지혜를 주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