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글 : 한문덕 목사

목소리 : 강미희 전도사

반주 : 박지형 집사

73. 유다의 요청

어른의 종인 제가 소인의 아버지에게, 그 아이를 안전하게 다시 데리고 오겠다는 책임을 지고 나섰습니다. 만일 이 아이를 아버지에게 다시 데리고 돌아가지 못하면, 소인이 아버지 앞에서 평생 그 죄를 달게 받겠다고 다짐하고 왔습니다. 그러니, 저 아이 대신에 소인을 주인어른의 종으로 삼아 여기에 머물러 있게 해주시고, 저 아이는 그의 형들과 함께 돌려보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아이 없이, 제가 어떻게 아버지의 얼굴을 뵙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의 아버지에게 닥칠 불행을, 제가 차마 볼 수 없습니다.(창세 44: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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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는 베냐민을 붙잡아 두려는 요셉을 진정성 있는 언변으로 설득합니다. 유다는 베냐민을 종으로 삼겠다는 이집트 총리 요셉의 말을 듣고 깊은 상심에 빠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절제된 언어와 겸손한 태도로 요셉에게 차분히 말합니다.

유다는 자신들이 받아야만 했던 간첩 누명이라든가, 시므온을 체포한 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다만 베냐민이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집중적으로 강조합니다(20절). 베냐민을 데려가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을 지도 모른다면서(31절), 요셉의 가장 인간적인 측은지심(惻隱之心)에 호소합니다.

야곱이 사랑하던 두 아들 중 하나가 없어진 일(27-28절)과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얼마나 극심한 고통 가운데에서 괴로워 하셨는지를 설명하는데(29-31절), 이 덕분에 요셉은 자기가 팔려 온 뒤 가족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처음 듣게 됩니다.

유려한 설득의 마지막에 유다는 자신을 종으로 삼고 베냐민을 보내 달라고 요청합니다. 자신을 내어주는 대신, 베냐민과 아버지를 살리려는 효성과 형제에 대한 우애가 이야기의 절정에 달합니다. 요셉은 유다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야 맙니다. 그리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꼬인 문제는 단번에 풀어집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유다와 같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손해를 감수하는 사랑은 가끔씩 실패도 하지만 결국은 승리합니다. 이렇게 살아도 한 평생이고, 저렇게 살아도 한 평생인데, 우리가 한 평생 산다면 사랑과 진실을 만나게 하면서, 모든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양심을 깨우치고, 그래서 공동체가 안고 있는 상처들을 치유하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의 입에 담은 말들이 내면의 양심을 올곧게 드러내는 것이 되게 하소서. 사랑을 담아 아름답고 정확하게 말하게 하시고, 공감하는 감수성으로 참된 인간성을 북돋아 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이 희망임을 놓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