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85. 팔을 엇갈리어! 요셉은 아버지가 오른손을 에브라임의 머리 위에 얹은 것을 보고서, 못마땅하게 여겼다. 요셉은 아버지의 오른손을 에브라임의 머리에서 므낫세의 머리로 옮기려고,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고 말하였다. “아닙니다. 아버지! 이 아이가 맏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오른손을 큰 아이의 머리에 얹으셔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거절하면서 대답하였다. “나도 안다. 내 아들아, 나도 안다. 므낫세가 한 겨레를 이루고 크게 되겠지만, 그 아우가 형보다 더 크게 되고, 아우의 자손에게서 여러 겨레가 갈라져 나올 것이다. (창세 48: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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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요셉은 아버지 야곱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운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립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야곱에게 간 요셉은 큰 아들 므낫세를 야곱의 오른손 앞에, 작은 아들 에브라임은 왼손 앞에 세웁니다. 야곱이 두 아이에게 축복을 베풀어 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오른손잡이 중심 사회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처음 요셉의 아들을 본 야곱은 팔을 엇갈려서, 오른손으로 에브라임을, 왼손으로 므낫세를 축복합니다. 그러자 요셉이 언짢은 마음으로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고 아버지가 잘못 손을 올렸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눈이 어두워 착각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멀쩡한 정신과 눈으로 맏아들의 축복을 둘째에게 줍니다.

이 묘한 장면은 야곱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 줍니다. 만약 야곱이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면, 에브라임 지파는 영영 땅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에브라임은 땅을 분배 받게 되고, 나중에 북왕국 이스라엘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존재가 됩니다.

야곱은 구조적 불평등의 가장 큰 피해자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다수가 지지하는 장자 중심의 사회를 깨뜨리려고 속임수까지 써야 했고, 형과 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다수가 힘을 모아 소수를 외면할 때, 소수는 언제나 매우 큰 불편과 심지어 억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야곱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손자 때까지 이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일시적 역차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소수와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정신도 필요합니다. 소수를 배려하는 사회가 훨씬 더 유연하고, 안전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할 확률이 높고 구성원 전체가 행복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려는 목사를 징계하고, 함부로 이단으로 규정하고, 타인을 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참으로 천박한 행위입니다. 역사를 후퇴시키는 행태입니다. 한국의 교회들이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을 강화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도: 하나님! 고통당하는 자들의 곁에서 사랑으로 친구가 되어주는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