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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뒤로 나간다”(막7:18-19)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도 아직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뱃속으로 들어가서 뒤로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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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향정신성 의약품(a psychotropic medicine), 즉 마약을 아셨다면 꼭 이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으셨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음식 그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더럽히지는 않겠지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형성된다고도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서 잘 소화시켜 영양소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뒤로 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몸의 형태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매우 단순화하여 이미지로 떠올리면 우리 몸은 마치 안이 텅텅 비어 있는 대나무 같습니다. 입에서 항문까지 텅 비어 있고, 사실 음식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몸 밖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손등이나 위와 같은 내장기관의 겉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는 모두 똑같습니다(상피세포, Epithelial cell). 이 세포가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우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나무처럼 가운데가 뻥 뚫려 위 아래가 소통하고, 그래야 꼿꼿이 서게 됩니다. 우리의 발은 땅을 딛고, 우리의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땅만 봐서도 안 되지만, 하늘로만 날아가려고만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땅을 기어 다니는 뱀도 아니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사도 아닙니다.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숨을 받아내어 이 땅을 디디고 곧추 서서 이 세상의 삶을 살아내는 존재입니다. 한 주간도 속은 비워내고 꼿꼿이 서서 올곧게 살아가는 우리가 됩시다.

기도 : 하나님! 우리가 하늘만 쳐다보지 않게 하소서. 그렇다고 땅만 기어 다니지도 말게 하소서. 하늘의 힘으로 땅의 삶을 살게 하소서. 땅에서 생긴 어려움에 절망하지 말고 하늘의 바람에 맡겨 술술 날리는 자유함을 얻게 하소서.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온전히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을 살피게 하소서. 마음은 우리 안에서 열린 하늘임을 깨닫고 그 곳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더러움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오로지 정결한 영을 그 마음 안에 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