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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덕 목사] 문명 생활 – 2020년 1월 12일
창세기 4장 17-24절, 시편 6편 2-9절, 마태복음서 5장 38-48절
오늘 창세기의 말씀은 농경문화로부터 도시문명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명 발달 과정을 창세기는 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도시를 세운 자가 셋의 후손이 아니라 형제 살인의 주인공 가인이라는 것부터가 그러합니다. 인간들이 하나님과 점점 멀어지면서 자신들만의 문명을 만드는 것으로 묘사하는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라멕의 노래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라멕은 자신을 다치게 한 이유로 사람을 죽인 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없이 스스로 일군 문명은 겉으로는 휘황찬란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량살상과 같은 끊임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왔다는 성찰이 오늘 본문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오늘 마태복음서에 나오는 동태복수법은 라멕과 같이 피해를 당한 자가 지나치게 복수를 함으로써 갈수록 폭력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동태복수법이 지니는 또 다른 문제를 알고 계셨고 그래서 절대로 앙갚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동태복수법은 복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폭력이 정의의 이름으로 둔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마태교회를 세워나가던 신앙공동체는 유다-로마 전쟁이라고 하는 최악의 고난을 겪고 나서 그 때 발생했던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했던 이들입니다. 이들은 선으로 악을 이김으로써 악을 점차 줄여 나가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무례한 언어와 행동이 큰 피해를 주는 사건과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을 일깨워서 서로 존중하는 삶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대어라.” “고소해서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주라.” “누가 너더러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
예수께서 요구한 이러한 행동은 수동적으로 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마태교인들은 무력이 아닌 사랑으로 적극적이고도 비폭력적인 저항을 하면서, 불의를 폭로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권력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다스리는 것, 관대함을 통해 하나님을 닮아가는 일은 보통 당시 신의 아들이라 불린 지배자들에게 요청되던 덕목이었습니다. 마태교회 교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훨씬 탁월한 도덕적 우월성과 자의식,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 자율성을 가지고 이것을 해냅니다. 더 나아가 집단 이기주의를 해체하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세워가는 자주적인 능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넘치는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닮아, 원수마저 사랑하고,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이들이 되고자 했습니다.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지금 세상은 참다운 문명(文明)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이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썩어가는 세상을 새롭게 하고, 어두운 세상을 비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