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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덕 목사] 미래를 만드는 사람 – 2020년 2월 16일

창세기 31장 38-42절, 시편 37편 34-40절, 마태복음서 20장 1-15절

오늘 마태복음서에 등장하는 포도원 주인은 이른 아침에 계약을 마쳤지만 오전에 직접 인력 시장에 나갑니다. 이 주인은 농장에서 나는 소산보다 일꾼들이 빈둥거리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사실 포도원의 일은 오전 6시에 계약한 사람이 하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니까 비유의 포도원 주인은 사람들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기 때문에 일꾼들을 고용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비유 도입부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고용하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어떤 포도원 주인과 같다.” 오늘 성경은 일꾼을 고용하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보여준 자비와 은총은 임금의 넉넉함에 있지 않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한 가족이 하루를 간신히 먹고 살 최저생계비였습니다. 오히려 포도원 주인의 자비는 사람들을 고용한 것에 있습니다. 포도원에 할 일이 많이 없는데도 일부러 일꾼을 고용하고 적당한 품삯을 지불하려는 그 마음이 바로 자비입니다.

오늘 포도원 주인은 정의와 사랑, 일한 만큼 주어지는 계약 관계와 일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은총의 관계를 모두 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습니다. 맨 마지막에 온 사람에게 한 데나리온을 주고, 이른 아침에 온 사람에게 열 두 데나리온을 주면 더 풍성한 호의를 베풀었다고 칭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포도원에서 나는 이윤은 무한대가 아닙니다. 지금 주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최대한 모든 사람을 살려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지금 포도원 주인은 포도원도 살리고, 계약 관계에 있는 노동자도 살리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서성거리며 근심에 쌓인 이들도 살려내려 합니다. 바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 어떤 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모두를 고려합니다. 21세기는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품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이유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앞으로 사람과 로봇, 남과 여, 아이와 어른,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서로 얽혀 세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럴 때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 마십시오. 이것도, 저것도 모두를 품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무엇보다 생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공동체에 속한 그 어느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생(寄生)도 공생(共生)입니다. 기생하는 생물을 벌레 보듯 하지 말고, 함께 품어 공생하는 삶을 만들어 갑시다. 은사를 받은 사람은 그 은사를 사용하여,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 능력으로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섭시다. 거기에 하나님의 높은 뜻이 있고, 미래가 달려 있고, 우리를 부르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