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한문덕 목사] 믿음과 헌신으로 다져진 세월 – 2022년 8월 28일 창립 10주년 기념주일

에스더기 412-17, 시편 4916-20, 골로새서 21-10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가 명동에 있는 향린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할 때, 창립 6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몇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는 섬돌향린교회를 분립 개척한 것입니다. 40주년 기념교회로 강남향린교회를 분가시켰던 향린교회는 대형교회가 되는 것을 지양하고, 여성 담임목회자를 파송하여 사회적 약자를 품는 교회로, 뚜렷한 자신의 색깔을 지닌 또 하나의 교회를 탄생시켰습니다. 둘째로 60년을 기념하여 교회 예산의 일부를 사회선교를 위해 내놓은 것입니다. 그것으로 고통과 아픔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예배하고 기도하는 촛불교회의 차를 구입했고, 제주 강정마을에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은 자신을 비우는 예수님의 정신을 본받은 것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때마침 부산에서 열린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 행사에 향린교회가 1995년부터 시도하고 진행해온 한국적 예배를 전 세계 교회 대표들 앞에서 시연한 것입니다. 개교회가 단일 행사로 치러낸 것도 영예로운 일이었는데, 거기에 참석한 약 120여명의 대표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지막으로 향린교회 60년사를 준비하면서 향린 목회를 소개하는 책을 한 권 발행하게 되었는데, 그 책의 제목이 <자유인의 교회>였습니다. 저는 이 책 제목이 향린교회의 분위기와 지난 목회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부교역자로 경험한 향린교회는 때로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세속적 가치에 저항하며 민족의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면서도 자유롭게 불어오는 성령의 바람 같았습니다.

제가 우리 생명사랑교회에 부임하고 난 후 2017년에 우리 노회 이웃 교회인 한빛교회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한빛교회의 60년사였습니다. 그 책 제목은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였습니다. 책을 주시면서 써 주신 책 소개말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한빛’이라는 신앙공동체가 좁고 험난했던 지난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의 권력과 탐욕 앞에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묵묵히 걸어올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기록했습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이제 막 1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50년을 더 보내고 나서, 우리 생명사랑교회의 역사와 목회를 소개하는 책을 쓴다면 그 책 제목을 뭐라 지어야 할까요? 그 책 제목이 부끄럽지 않게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신앙인의 삶을 살아내며, 또 어떤 목회를 지조 있게 해나가야 할까요?

[하나님의 비밀이신 그리스도로 충만한 삶을 살도록]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앞으로 얼마나 자라나서 어떤 열매를 맺을지 모르지만 그런 성장과 성숙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가 절대로 잊지 않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골로새서의 말씀입니다.

편지의 저자는 골로새 교인들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 되어 마음에 격려를 얻고, 풍부하고도 완전한 이해력을 가지고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온전히 깨달아 알도록 자신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 안에는 모든 지혜와 지식의 보화가 감추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 안에는 온갖 충만한 신성이 몸이 되어 머물고 계시기에, 교인들은 예수 안에 뿌리를 박고, 세우심을 입어서 가르침을 받은 대로 믿음을 굳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예수 안에 뿌리를 박지 못하면 다른 이들이 교묘한 말로 속일 때 쉽게 넘어가고, 헛된 욕망과 세속적 가치의 노획물이 됩니다.

오늘날 실로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겉모양으로는 그리스도인이고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긴다지만, 속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세상 사람과 하나 다를 것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예수가 어떤 분이신지, 무슨 사역을 하셨는지, 어떤 비전과 꿈이 있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예수를 따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등장하는 다양한 씨의 운명처럼, 신앙의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한 사람도 있고, 조금 자라다가 말라비틀어지기도 하고, 상당히 자라났지만 어떤 열매도 맺지 못하는 신앙도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는 충만한 신성으로부터 오는 모든 지혜가 있건만 세속에 물든 이들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그 보물을 보지도 못하고 찾지도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몸 된 생명사랑교회를 세운 지 10주년이 되는 날을 맞이해서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할 물음은 이것입니다. “과연 내 인생의 뜻, 인생의 최종 목표가 예수에게 있는가?” 다른 말로 바꾸어보자면, “나는 과연 ‘참 사람이시고 참 하나님이신 예수’만을 따라 참되고 올바른 사람이 되고자 했던가?”

여러분의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부자 되는 것!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데, 주식이 대박이 나거나 로또에 당첨되어 마음껏 돈을 써보는 것! 자본주의 시대에 많은 이들이 가장 전면에 드러내는 세속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요즘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하고, 그렇게 눈길을 끌어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려 듭니다. 전직 대통령에게 온갖 쓰레기 막말을 퍼부으며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정말 짐승만도 못한 짓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모두 돈을 벌려고 하는 짓들입니다.

여러분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적당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적당히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당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있는 경우 많은 사람이 행복하기는커녕 삶의 무의미를 겪고 허무 속에서 무기력해집니다.

어떤 사람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하고,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목표들은 참 사람이 되는 것과 연결되겠지요. 그러나 한편 어떤 이들은 자신의 소원과는 다르게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나머지 제대로 산다는 게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가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함석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더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뜻있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표는 바로 사람답게 사는 일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대로 하늘이 내리신 소명, 천명(天命)을 깨달아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 참 사람의 길을 가려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려면 반드시 이런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결단 없이 교회에 나오기 때문에, 또는 그리스도교 진리와는 동떨어진 다른 이유로 교인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교회 안에 알곡이 아니라 쭉정이가 가득하고 교회가 하나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본받아 살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해서 자신의 욕망과 잘못된 습관과 못된 버릇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교인도 실수하고 잘못하고 죄악에 물들기도 하고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늘 송구스런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사람은 분명한 결심을 해야 하고 그 다짐과 결심에 따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참 사람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인생의 결단이 필요하기에 예수께서 전하신 복음 선포의 첫 마디가 바로 “회개하라”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주님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아뢰고 한 걸음 한 걸음 주님 이끄시는 길로 나아가다 보면 오늘 골로새서의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엄청난 지혜와 지식의 보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 속에서 언제나 감사가 넘치는 삶이 이어지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믿어 줄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 하나님 만나는 일은 본인의 결단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딸로 살아가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참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은 오늘 시편의 말씀처럼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더라도, 그 집의 재산이 늘어나더라도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그려내듯이, 자본과 권력이 신이 된 오늘의 사회에서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무수하게 멸시와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가 누리는 삶과 막강한 힘은 때로 두려울 정도입니다. 자본과 권력 앞에서는 법도 무용지물이 되고, 언론도 입을 닫고, 학자의 양심도 무력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눈치를 보면서 자기의 안전만을 꾀하고 있는 동안 자본과 권력을 지닌 자들은 인간의 사회를 짐승의 세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돈과 힘을 쥔 자 또한 시편 말씀처럼 영원히 빛이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말지만, 죽기 전까지는 마치 제 생명이 영원하듯 그렇게 마구 지배력을 휘둘러 댑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용할 날이 없고, 늘 환란이 거듭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모든 피조물들은 이 세상을 구원할 참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존재들을 물리치고 어둠의 세력들을 물러나게 하여 환한 빛을 비쳐 줄 사람, 모든 생명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어 줄 사람을 기다립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꿈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이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것입니다. 죽어서 가는 천국도 물론 좋지만, 그 전에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에 생명과 평화, 자유와 정의, 평등과 상생이 펼쳐지도록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도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넘치게 하는 일에 부단히 애써 왔습니다. 생명교회를 떠나 맨몸으로 나왔을 때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음 둘 때 없고 쓰라린 상처에 아프고 슬프기도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담임목사가 없던 시절도 교인들 스스로 한 마음이 되어 교회를 세워나갔고,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로는 우리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일 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사건의 현장으로 나아갔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 도시에서 내 몰리는 가난한 이들의 현장,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으로 몸을 녹여야 하는 현장에 우리는 있었습니다. 고난당하는 이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절 예배, 부활절 예배에 참여했고, 거리로 내몰려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자리를 찾아갔으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꾸준히 해왔고, 노인정 어르신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고 작은 음악회를 열고, 사회적 문제들을 두고 토론하고 대화하였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이 세속적 욕망이나 한 개인의 안락에 머물지 않도록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지녀야 할 기초적인 신앙 내용들, 성서를 보는 눈, 예배, 기도에 대해서 배우고, 사도신경 공부로 우리들의 믿음을 점검하였습니다. 월요 아침 묵상과 생명사랑 5분 말씀 묵상, 창세기 강해, 출애굽기 강해, 마태복음서 강해, 예언서 강해 시리즈를 통해 말씀 속에서 깊은 진리의 생명수들을 길어냈습니다.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평화 서클을 통해 삶을 나누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지, 성 평등한 공동체는 어때야 하는지도 함께 배웠습니다. 여신도 남신도 청년들이 다양한 주제로 독서 모임을 하고, 명랑 요리 모임, 텃밭 소모임, 화요 기도 모임, 달리기 모임 등 부서와 자치회, 소모임들이 모두 저마다의 역량을 다해 함께 삶과 신앙을 나누며 기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지내온 10년의 세월, 정찬용 목사의 설교 제목처럼 강산이 변하던 시절을 우리는 그냥 보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10년은 믿음과 헌신으로 다져진 세월이었습니다. 예배당이 지하에 있을 때, 큰 비에 물이 넘치면 언제든 달려오는 발길들이 있고, 매주 나누는 음식을 준비하고, 예배당과 교회 주변을 쓸고 닦는 손길들이 있습니다. 행사를 치를 때마다 우리 교인들 전부는 몸이 아주 빠릅니다. 머리로 재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봉사할 마음들이 가득하여 곧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그래서 작은 교회이지만 우리가 해낸 일들을 보면 대형교회 못지않습니다. 전 교인들의 굳센 믿음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코로나라는 파도도 넘었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그런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제 마음이 한없이 뿌듯합니다.

[세속 사회라는 유배지에서]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온갖 위험으로 가득합니다. 기후재앙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습니다. 급히 끄지 않으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말 것입니다. 서방 세력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국과 미국의 갈등의 심화는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코로나와 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세계적 경제 위기는 상당한 시간동안 우리들의 삶을 팍팍하게 할 것입니다. 물오른 자본주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그리스도교가 들려주는 하늘의 지혜를 외면합니다. 힘들고 어렵고 괴롭다고 울부짖으면서도 여전히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성찰하기 싫어하는 교만함이 가득합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정치가 가진 자의 편을 들고, 언론이 타락할 때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쌓이고 분노가 폭발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사회의 불안도가 증가하여 우리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진정한 의미에서 노아의 방주인 교회가 필요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선교 공동체가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에스더서는 상당히 이상한 책입니다.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고, 페르시아 왕과 왕후, 악한 신하들과 유대인 영웅이 등장하는 한편의 소설 같습니다. 주인공인 에스더라는 이름도 문제입니다. 히브리어 이름 ‘하다사’가 아니라 ‘별’을 의미하는 페르시아 이름 에스더를 일관되게 사용하는데, 별은 고대 페르시아 종교에서 신으로 여겨졌으니, 에스더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우상이 됩니다. 그럼에도 줄곧 에스더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유대인들이 페르시아 지배 하에서 페르시아 문화에 적응하고 동화되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 없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줍니다.

에스더서는 고향으로 돌아가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는 유대인들이 아닌, 이방 땅 페르시아에서 즉 고향과 종교전통, 하나님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유대인들의 위기적 삶을 그려냅니다. 유대 땅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그래도 자치권을 가지고 나름의 삶을 꾸려낼 수 있지만, 타민족 사회에서 감시와 멸시, 의심과 배제, 소외를 당하며 살아가는 유대인들은 그야말로 신앙의 추운 겨울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얼굴을 숨기시고 등을 돌리신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이 신이 된 사회에서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 맞이하는 세상도 비슷합니다.

에스더서는 주권을 빼앗긴 땅에서 유대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집중합니다. 겉으로는 철저하게 페르시아 문화에 동조하고 적응한 것처럼 합니다. 심지어 지배자들의 정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그런데 이 모두는 유대 민족의 절멸을 막기 위한 수단이고 도전인 것입니다.

에스더서는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가 고위 관료들, 장군들과 함께 연회를 베풀고 진탕 먹고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만취한 아하수에로는 자신의 왕후 와스디를 불러내 왕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싶어했으나, 왕비가 거절하자 왕은 보좌관들과 의논하여 그녀를 모욕적으로 폐위시켜 버립니다.

에스더서 1장은 아하수에로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드러냅니다. 그는 인도에서 에티오피아까지 127개의 도시와 지역을 다스리면서 통치 3년째에 모든 고관과 신하를 불러 6개월이나 잔치를 엽니다. 6개월의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일주일 동안 모든 백성들도 와서 잔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왕은 금잔에 술을 따라서 백성들에게 하사하기도 했고, 그러나 억지로 마시게 하지는 않았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묘사는 왕이 얼마나 자애로운지가 아니라, 이 왕이 얼마나 자신의 권력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은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자기 왕국이 지닌 영화로운 부유함과 찬란한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1장 4절), 잔치를 6개월이나 지속하면서 자신이 자기 왕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영광이 극대화되도록 합니다.

지배욕으로 가득한 아하수에로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을 데리고 사는지 자랑하려고 자신의 왕비마저 도구로 삼으려다가 망신을 당하고야 마는데, 이 문제를 마치 국가의 문제인 것처럼 7인으로 구성된 국가최고회의를 소집하여 자기가 당한 수모를 마치 제국이 당한 수모처럼 여기게 만듭니다. 이 회의에서 므무간이라는 신하는 와스디 왕비가 범한 일이 제국의 모든 여성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순전히 왕가 부부 싸움의 문제를 제국의 전체의 가부장적 질서를 확고하게 하는데 사용합니다.

이런 아하수에로의 두 번째 왕비로 유대인 여성 에스더가 간택됩니다. 그런데 아하수에로의 총애를 입은 하만이라는 신하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절하도록 하는데, 에스더의 수양 아버지였던 모르드개는 이것을 거부하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유대 민족 전체가 멸절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이 위기에서 에스더가 죽을 각오를 하고 아하수에로 임금 앞에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장면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교회에 대해 깊은 불신과 조롱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르드개와 에스더, 유대 민족들이 페르시아의 지배 아래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했고, 언제든 그들이 멸절 당할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오듯 지금 한국교회는 재생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믿음과 헌신으로 다져졌지만 그런 우리에게도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그 때 우리 모두는 에스더와 같은 각오, 모르드개와 같은 정치력과 단호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결기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오해하고 그래서 때로 모욕하지만 세상 속에 있는 우리는 여전히 아픈 세상을 치유하겠다는 하나님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교인들의 신앙고백을 모아 우리 교회의 신앙고백문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한 구절을 읽겠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약한 이들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아름답고 선한 것에 주목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며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생명, 평화, 정의에 따라 살 것을 다짐합니다.”

굳센 믿음과 헌신으로 생명 사랑 신앙공동체를 지키고 세운 여러분! 앞으로도 굳은 다짐 속에서 또 다른 10년을 열어 가 봅시다. 우리의 고백과 몸부림과 수고가 온전히 하나님께 영광이 되도록 더욱 애써 봅시다. 아낌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 여러분에게 언제나 함께 하시길 빕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지난 세월 우리와 함께 하신 은혜 감사를 드립니다. 열번째 생일을 맞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을 꿈꿉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형상을 회복하게 하시고, 거룩한 성전이 되게 하여 주소서. 주님 앞에서 핑계대지 않게 하여 주소서. 하나님의 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알게 하시고, 주님 안에서 온갖 지혜와 지식의 보화를 발견하게 하소서. 불안한 세상이 우리를 위협해도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본과 권력이 신이 된 세상에서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도록 참된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게 하소서. 에스더의 믿음과 각오로 앞으로의 십년을 살아가게 하시고,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새로운 시대 새 기독교를 열어가게 하소서. 주님보다 더 큰 일도 감당하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감사기도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가 주님을 송축하고, 우리의 입술로 주님을 찬양합니다. 지난 세월 주님께서는 우리의 겪는 어려움들을 이겨내게 하시고, 우리가 때로 주님께 소홀할 때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새 시대에 적응하며 또 다른 내일을 다시 꿈꾸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시공간 속에서 하나님 나라 선교를 잘 감당하게 하여 주소서. 오늘도 주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삶과 예물을 드립니다. 꼭 필요한 곳에 써 주소서.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 곳에,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넘치게 하는 일에, 복음의 소식을 전하는 곳에 쓰이게 하소서. 새 시대를 열어가는 생명사랑교회의 모든 사역을 통하여 우리 믿음이 굳세어지고 더욱 더 주님과 가까워지게 하여 주소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더라도, 그 집의 재산이 늘어나더라도, 여러분은 스스로 초라해지지 마십시오.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으로 하나님의 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십시오. 그리스도 안에는 온갖 지혜의 보화와 신성한 충만이 가득합니다. 그 보물을 발견하십시오.

* 축도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여러분의 가정 위로 부드럽게 불기를, 거룩한 영이 여러분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시고, 여러분이 가는 길마다 여러분들의 어깨 위로 늘 무지개가 뜨기를 빕니다. 이제는 지난 10년의 세월을 지켜 주신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은총이 생명을 살리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일구는 생명사랑 모든 믿음의 지체들 위에, 함께 예배하고 선교하는 전국의 모든 성도 위에 지금부터 영원까지 함께 하시길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