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희 목사] 진실하게 사는 삶 – 2025년 8월 31일
잠언 16장 1-9절, 마태복음서 5장 33-37절
[계획과 삶]
오늘 저는 생명사랑교회에서의 6년 3개월 동안의 생활을 마무리 합니다. 19년 6월 첫 주일 어린이부와 유치부 담당 전도사로 부임해서 목사 수련생을 거쳐 목사 안수를 받았고, 지금도 어린이부와 유아유치부를 담당하는 목사로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정말 많이 컸습니다.
좋은 기회로 저는 생명사랑교회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무엇보다 좋은 교회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 바람은 생명사랑교회를 만나면서 이루어졌고,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동안 여러분도 기다렸었지만 저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 제가 목회자로 살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은 제가 선택해서 이루어진 것 같지만 결국 하나님께서 이끄셨다고 저는 고백합니다.
처음 만났던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생명사랑교회와 함께하는 일이 저에게 너무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롭고 낯선 길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걱정과 두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저는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 걸음을 하나님께 맡기고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계획하며 살아갑니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말입니다. 어떤 학교에 진학할지, 취업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더 나은 직장을 가기 위해 내 역량을 키우기도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합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한해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우리의 신앙을 성장시킬지, 우리가 좀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이 언제나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생긴 일, 예상치 못한 병,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경제 위기나 기후 재난 앞에서 우리의 계획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닙니다. 계획에는 운도 따라야하고, 상황도 그에 잘 맞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저 매 순간 주어진 삶의 물음에 응답하며, 생각하고 풀어갈 뿐입니다.
[계획 속 하나님의 길]
오늘 잠언의 본문은 현실을 살아가는 나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꿈꾸는 나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때로는 위로를 줍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님께서 하신다. 사람의 행위는 자기 눈에는 모두 깨끗하게 보이나, 주님께서는 속마음을 꿰뚫어 보신다.”(잠언 16:1-2)
이 말씀은 지금 저에게 크게 와 닿습니다. 제가 생명사랑교회에서 언젠가 떠날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지금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말씀이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내가 계획을 하고 애써봐도 삶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 하나님께 맡겨라”라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의 계획이 하나님의 뜻과 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하나님을 내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2절을 다시 살펴보면, 사람의 행위는 자기 눈에는 모두 깨끗하게 보이나, 주님께서는 그 속마음을 꿰뚫어 보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위에 늘 이유와 타당성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는 자기 눈에만 깨끗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생각하기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어.”, “내가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우리를 어둠 속으로 가두고, 그 세상에서 참된 가치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순간순간 하나님의 뜻을 묻고, 고민하며, 나의 삶을 비추어 봐야합니다. 그렇지 않은 우리의 삶은 어느새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세운 계획 안에 나를 가두고 얽매는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눈에만 옳아 보이는 계획을 붙들고 살 때가 많습니다. 현대 사회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자기 계획을 세우고, 자기 삶을 경영하라, 그리고 성공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성서는 묻습니다. 그 계획이 하나님의 뜻과 합한 것인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주님 앞에 비춰 보았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 자기 합리화를 넘어, 우리의 진짜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는 정의의 세상]
잠언은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혼란과 불의가 가득한 현실에서, 질서 있고 정의로우며 의미 있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불합리한 일들이 끊이없이 일어나고, 상식이 무너지는 사건들이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힘 있는 자들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고, 약한 이들의 권리는 쉽게 짓밟히며, 정의는 언제나 돈과 권력에 의해 뒤로 밀려납니다. 때로는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고, 폭력이 평화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언의 저자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 쓰임에 알맞게 만드셨으니, 악인은 재앙의 날에 쓰일 것이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거만한 모든 사람을 역겨워하시니, 그들은 틀림없이 벌을 받을 것이다.” 결국 어둠보다는 빛이, 악보다는 선이 이긴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지녀야하는 것은 결국 이 세상이 어둡다 하여도 빛에 속한 사람으로, 선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의를 보며, 세상이 말하는 가치에 매몰되어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에 따라 그저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빛을 비추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그 가운데 결국 하나님께서는 악인에게 벌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잠언의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어질고 진실하게 살면 죄를 용서받고, 주님을 경외하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사람의 행실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면, 그의 원수라도 그와 화목하게 하여 주신다. 의롭게 살며 적게 버는 것이, 불의하게 살며 많이 버는 것보다 낫다.”(6-8절)
이 말씀은 우리의 삶의 가치 기준을 다시 세우게 합니다. 어질고 진실하게 사는 것, 주님을 경외하면서 사는 삶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더 많이, 더 크게, 더 높이 오르라고 말합니다.그렇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이 됩니다. 그보다 어질고 진실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누군가와 비교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주목하게 됩니다. 그런 삶을 살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지 않으며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거짓 맹세하지 마라, 소박하고 간결하게]
오늘 마태복음서는 거짓 맹세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 하늘이나 땅, 성전이나 예루살렘을 걸고 맹세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무언가를 두고 맹세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맹세라는 것은 꼭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자기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듯이 말합니다.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킨다. 내가 하는 말이 무언 가를 걸 만큼 진실이고 가치가 있다.’ 그것을 신의 이름으로, 또는 하늘의 이름으로, 내 명예를 걸고’ 합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이 진실하다면, 복잡한 맹세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예”할 때에는 “예”라는 말만하고, “아니오” 할 때에는 “아니오”라는 말만 하라고 하십니다. 그보다 지나친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말과 약속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의 화려함이 아니라 진실성입니다. 자기 말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자꾸 뭘 덧붙이지 말라는 겁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조종하기 위해 말을 그럴싸하게 지어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직하고 진실한 삶]
오늘 우리는 잠언과 마태복음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계획과 말, 그리고 신앙의 태도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잠언은 우리의 모든 계획과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점검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마태복음에서는 거짓된 맹세가 아니라, 단순하고 진실한 말이 신앙인의 삶을 드러낸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계획도, 우리의 말도, 결국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잠언이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겸손히 서는 삶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자기 합리화를 내려놓고, 매 순간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길을 묻고 살아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예는 예, 아니오는 아니오”라는 단순한 진리 또한, 우리의 삶을 하나님 앞에 드리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거짓된 맹세나 화려한 언어는 결국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진실한 삶, 겸손한 삶은 더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이웃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내 삶을 맡기고, 사람들 앞에서는 진실하게 말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계획하라, 더 크게 말하라, 더 화려하게 드러내라, 더 성공적으로 보이라는 압력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삶의 방향을 택해야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겸손히 계획하고, 단순하고 진실하게 말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생명사랑교회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합니다. 돌아보면 저의 지난 시간도 늘 계획한 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것은 제 생각보다 훨씬 빨리 열매 맺기도 했지만, 어떤 것은 아직도 여전히 길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저는 하나님께서 제 삶을 이끌어 오셨음을 고백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했던 시간은 제 삶의 소중한 부분이 되었고, 저의 목회 여정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과의 만남과 함께함이 결코 제 힘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믿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잠언의 말씀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계획이 하나님 안에서 점검되어야 하고, 우리의 행위가 진실한지 하나님 앞에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삶이 진실하다면, 복잡한 맹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저 ‘예’와 ‘아니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화려한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길이 비록 더뎌 보일지라도, 결국 하나님께서 빛으로 인도하시고, 정의와 평화로 열매 맺게 하실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이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게 세워 주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저와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겸손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의 길이 열리고, 우리의 말이 힘을 얻으며, 우리의 삶이 복이 될 줄 믿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늘 함께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