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닐지라도”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머니가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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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예수님의 어머니는 재빠르게 예수님께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예수님은 포도주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사실 예수님이 반드시 포도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에 대해 예수님이나 어머니가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었고, 또 예수가 생각하던 때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어머니에게 “포도주가 떨어진 일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머니의 말씀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일꾼들에게 지시를 하고, 일꾼들은 예수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마리아의 말에 따라 그대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술로 혼인잔치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혼인잔치와 포도주는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종말론적 구원 즉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상징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위기가 왔을 때, 예수의 어머니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행동하고, 예수님은 자신의 때가 아니었음에도 결국 어머니의 제안에 따릅니다. 일꾼들도 힘을 보탭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고집을 꺾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시간에 적합지 않더라도, 나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면 해야 합니다. 때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에게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주님의 나라를 일구는 일들이 위기에 처할 때, 고개를 돌리지 말고, 못 본 척하지 말고, 그저 즐기는 것으로 방심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일구게 하소서.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적합한 때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때로는 과감하게 나서는 용기도 허락하여 주소서. 주님의 나라를 일구는 일이라면 헌신하는 것을 두려워 말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